채식주의자 독후감

내가 영혜의 남편이었다면 갑작스러운 영혜의 변화가 자연재해처럼 느껴졌을 것 같다. 근데 사실 갑작스럽게 변한 게 아닐 수 있는데, 무관심한 남편 입장에서 서술했기 때문에 그렇게 서술된 것 같기도 하다.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갑자기 변한 것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실 갑자기란 것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 같다. 하나하나가 쌓여서 결국에 인지할 수 있는 정도가 되면 갑자기 다가온 것처럼 느껴졌다. 영혜도 단순히 외부적 변화가 아니라 내면의 상처가 쌓이고 억압된 감정 때문에 육식을 거부하다가 결국 아버지의 폭력으로 인해 그 감정이 폭발하게 됐다.

영혜의 변화는 사실 내면 깊숙이 쌓여온 감정의 결과였고, 그녀의 채식은 단순한 행동 이상의 상징적 의미를 가지는 것 같다. 채식을 하게 되면 주변 사람들이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 걸까? 한 사람의 변화가 이렇게 다른 사람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건가? 영혜는 결국 주변의 억압을 벗어나서 자유를 찾게 되지만 남는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다. 나는 아직 영혜를 이해 못하는 것 같다. 나도 인혜처럼 안타깝게 여기고 도와주려는 마음을 가지고 영혜를 도와줬을 것 같다. 내면을 이해하려면 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. 어떤 노력을 하더라도 내면을 전부 이해 못한다는 것을 표현한 것 같기도 하다.

참고

• 채식주의자 | 한강